신화로 보는 달과 해의 움직임, 그리고 시간

9월에서 12월은 이름의 어원으로 보면 7월에서 10월에 해당한다(9~12월을 이루는 달 이름의 어원들인 septem, Octo, novem, decem은 원래 라틴어에서 7, 8, 9, 10이라는 숫자를 뜻한다.). 기원전 1세기에 로마 달력은 열두 달로 구성되었는데, 31일짜리 달이 넷(마르티우스, 마이우스, 퀸 틸리스, 옥토베르), 29일짜리 달이 일곱(야누아리우스, 아프릴 리스, 유니우스, 섹스 틸리스, 셉템베르, 노벰베르, 데컴베르), 28일짜리 달이 하나(페브루아리우스)였다. 이 날들을 모두 합하면 355일이 되는데, 여기에 2년 만에 한 번씩 2월 23일 다음에 22일이나 23일짜리의 윤달(메르케 디누스 혹은 메르케 도니우스)을 끼워 넣어 태양년을 유지했다. 그 경우 2월의 나머지 5일은 윤달에 포함시켜 윤달의 실제 길이는 27일이나 28일이 되었다. 기원전 44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되기 전에 로마 원로원은 그가 태어난 달인 퀸 틸리스 달을 그의 이름인 율리우스로 바꾼다고 선도했다. 또한 섹스 틸리스 달의 이름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치세에 황제의 이름을 따서 아우구스투스로 바뀌었는데, 그 이유는 그 달에 그가 최대의 정치적 업적을 올렸기 때문이었다(7월과 8월을 가리키는 율리우스와 아우구스투스는 오늘날 영이의 July'와 'August의 어원이다.), 후대의 황제들도 7월과 8월의 이름을 바꾸려고 했으나 악명 높은 콤모두스는 모든 달의 이름을 자신과 관련된 이름으로 바꾸고자 했다. 그것은 모두 오래가지 못했다. 이리하여 로마식 달 이름은 그대로 서구의 달력에까지 이어졌는데, 영어식 이름으로는 다음과 같다. January, February, March, April, May, June, July, August, 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참고로 1월부터 6월까지의 이름은 로마의 신이나 축제의 이름이고, 7~8월은 황제 이름, 9~12월은 숫자다.). 2년마다 윤달이 추가되므로 로마식 달력은 4년 주기마다 4일씩 길어지면서 태양년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윤달을 삽입하는 제도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졌고, 로마인들은 점차 그리스인들처럼 되는 대로 윤달을 끼워넣기 시작했다. 기원전 5세기 중반에는 다시 계절의 변화와 맞추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200여 년 동안 달력이 계절년에서 멀어진 결과, 기원전 190년에는 그 오차가 117일로 벌어졌고 기원전 140~70년에는 거의 일치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시대에 오차는 다시 90일로 벌어졌다. 율리우스력 기원전 46년에 카이사르는 역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365.25일의 순수한 태양년이 채택되었고, 1/4일은 4년마다 윤년으로 정해 하루씩 추가하기로 했다. 이러한 태양년은 이미 오래전에 발견되었으나 그때까지 한 번도 현실에 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기원전 330년경 그리스의 친문 학자 칼리 포스(Kaallippos, 기원전 370경~310)는 1년이 약 365.25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19년의 메톤 주기를 네 번 더해서 76년을 만든 다음 기기서 하루를 자고 제안했다. 그러면 76년의 날수는 모두 2만 7,759 일이 되므로 1년은 평균 365.25일이 된다. 칼리 포스의 공식은 날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윤달을 삽입하는 것이었다. 기원전 238년 그리스-이집트의 왕 프톨레마이오스 3세는 이집트력에 4년마다 하루씩 추가하여 태양년에서 멀어지는 것을 바로잡으라는 포고를 내렸지만, 이 제도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카이사르가 역법을 개정하기 위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그리스 천문학 자소 시계 네스(Sosigenes)를 기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카이사르는 기원전 46년에 90일을 추가함으로써 그 해의 날수는 모두 445일이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2월 다음에 윤달을 삽입한 것 이외에 11월과 12월 사이에도 날짜를 더 추가해야 했다. 그래서 카이사르는 이 해를 '혼돈의 마지막 해'라고 불렀다. 그 결과 기원전 45년 1월 1일부터는 1년이 365일로 제도화되었고 오늘날 서구 달력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 개월 수로 구성되었다. 예전의 1년 355일에서 남는 10일은 여러 달의 끝에 분산 배치해서 종교 행사가 열리는 통상적인 날짜를 유지하도록 했다. 따라서 예전에 12월 21에 열리던 행사는 여전히 같은 날까에 열릴 수 있었지만, 그 달이 30일에서 31일로 바뀌었기 때문에 날짜의 표기는 'X kal. Jan'에서 'XII kal. Jan'으로 달라졌다. 4년마다 하루씩 삽입되는 위치는 'VI kal. Mart(2월 24일) 다음이었고, 새해 첫날은 'bis sextum kal, Mart'라고 불렸다. 그에 따라서 윤년은 'annus bissextus'라고 불렸는데, 이 말에서 윤년을 뜻하는 영어의 'bissextile이라는 말이 나왔다. 기원전 44년 카이사르가 암살된 뒤 신관들은 처음에 실수로 3년마다 하루씩 삽입했다. 그래서 기원전 9년에 아우구스투스는 향후 16년 동안 윤년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율리우스력이 온전하게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후 8년부터였다. 7일의 한 주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로마력의 또 한 가지 혁신은 7일로 한 주일을 만든 것이었다. 이 제도는 비교적 늦은 시기인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에 한 주일이 8일이었던 것을 개정한 결과였다. 한 주일이 8일이었던 이유는 7일 동안은 일을 하고 8일째는 시장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서구 세계에서 7일짜리 주일(월, 화, 수, 목, 금, 토, 일)이 자리 잡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는데, 이를테면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의 행성 천문학과 유대교의 안식일 개념이 그런 요인이다. 요일의 이름은 토성, 목성, 화성, 태양, 금성, 수성, 달의 일곱 개 천체에서 비롯되었다. 이 순서는 지구에서 먼 거리에 있는 천체부터 꼽은 것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각 천체가 지배하는 날의 첫째 시간을 관장하는 순서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토성은 토요일의 첫째 시간을 지배하며, 목성은 둘째 시간, 화성은 셋째 시간을 지배한다. 이런 순서가 화성이 지배하는 스물네 번째 시간까지 이어진다. 그러므로 그다음 날의 첫째 시간은 태양이 지배하며(그래서 일요일이다), 둘째는 금성의 순서로 진행되어 수성이 지배하는 스물네 번째 시간까지 이어진다. 계속해서 그다음 날의 첫께 시간은 달이 된다(그래서 월요일이다). 이리하여 친체들이 한 주일의 날들을 교대로 지배한다면, 결국 토성, 태양,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의 순서가 생긴다. 영어에서도 그렇지만 로망스어(Romance languages, 라틴어에서 파생한 인도유럽어족의 언어들을 말한다.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영어는 게르만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취급되어 여기서 제외된다.)에서는 천체들의 이름이 요일에 더욱 크게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에서 imardi(화요일)'는 'Mars(화성)'에서, inercredi(수요일)'는 'Mercury(수성)'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북유럽 신들의 이름이 원래 로마식 요 일명 들을 대체했다(영어의 모국인 영국의 경우 5~6세기에 북유럽 계통인 앵글족과 색슨족이 지배했고, 11세기에는 바이킹 왕조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예컨대 'Tuesday(화요일)'는 Tiw(티르, 전쟁 · 조약 · 정의와 관련된 북유럽의 신)'에서, 'Wednesday(수요일)'는 'Wodin(오딘,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에서, Thursday(목요일)'는 Thor(토르, 북유럽 신화의 전쟁신)'에서, 'Friday(금요일)'는 'Frig(프리그, 오딘의 아내)'에서 나온 이름이다(그 밖에 Sunday와 Monday는 물론 해와 달에서 나왔고, Saturday는 로마의 농업 신 사투르누스에서 비롯되었다.).